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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름아래
홈페이지 http://test.co.kr
제 목 [2ch] 3층의 토시코

봄, 젊은이들에게는 희망으로 가득 찬 계절,

<br />

새 생명의 숨결을 느끼는 계절이리라.

<br />

 

<br />

<br />

하지만 나 정도 나이가 되면 무언가 번거롭고 초조한,

<br />

그래서 묘하게 조용한 잠을 원하게 되는 계절이다.

<br />

 

<br />

<br />

한밤 중, 고양이가 우는 것을 들으며 천장을 올려다 보는 때..

<br />

혹은 이렇게 툇마루에 앉아 벚꽃이 지는 것을 보고 있을 때..

<br />

쓸데없이 옛 일들이 떠오르곤 한다.

<br />

 

<br />

<br />

그러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저 편의 공기에 맞춰 숨을 쉬고 있다.

<br />

위험하다고 느껴 정신을 차리면, 몹시 지쳐있음을 느끼곤 한다.

<br />

 

<br />

<br />

우리 외갓집은 도쿄 변두리에서 생선가게를 했었다.

<br />

타이쇼 무렵에는 황궁에도 생선을 팔았었다니, 규모가 보통이 아니었던 셈이다.

<br />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가게 구조는 그리 크지 않았다.

<br />

 

<br />

<br />

1층에는 가게가 있고,

<br />

2층에는 가족들이 사는 집이고, 그 위에 3층이 있었다.

<br />

 

<br />

<br />

3층이라고는 해도 이불을 넣는 창고와

<br />

다다미 4장 반 정도 크기의 작은 방이 하나 있을 뿐이다.

<br />

 

<br />

<br />

토시코는 전쟁 전부터 그 방에서 먹고 자며,

<br />

더부살이로 일하던 가정부였다.

<br />

 

<br />

<br />

외갓집에는 가족도 많아 딱히 일손이 모자랄 일은 없었지만,

<br />

지인이 아무쪼록 부탁한다며 말해와 토시코를 떠맡았다고 한다.

<br />

 

<br />

<br />

어디서 태어났는지는 모르지만,

<br />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었을까..

<br />

 

<br />

<br />

다들 토시코 내지는 토시짱이라고 낮춰부르곤 했지만,

<br />

나이는 이미 그 무렵에 마흔을 넘었던 것 같다.

<br />

 

<br />

<br />

장애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br />

조금 머리가 안 좋고 말도 부자연스러웠다.

<br />

 

<br />

<br />

매년 정월, 친척이 모이면 토시코는 뭐가 그리 기쁜지,

<br />

언제나 싱글벙글 웃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요리와 술병을 나르며 바삐 일했다.

<br />

 

<br />

<br />

다만 사람들과 이야기하거나,

<br />

어른들에 싫증난 우리 아이들과 놀았던 기억은 없다.

<br />

 

<br />

<br />

내가 여덟 살인가 아홉 살이던 때, 그 토시코가 죽었다.

<br />

사흘인가 앓아눕더니, 반시간 동안 끙끙대며 괴로워한 끝에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br />

 

<br />

<br />

장례식에는 어머니만 갔다.

<br />

유골은 고향에 가져 갔는지, 아니면 고향에서 누가 가지러 왔는지

<br />

어찌되었든 외갓집 무덤에는 이름이 없다.

<br />

 

<br />

<br />

그리고 일 년 정도 지났을 무렵,

<br />

아마 봄 춘분과 추분 사이가 아니었나 싶다.

<br />

어머니에게 이끌려 외갓집에 갔으니, 아마 그럴 것이다.

<br />

 

<br />

<br />

나는 어머니 곁에 앉아, 숙모들에게 떠받들어지며 초밥을 먹고 있었다.

<br />

그러던 와중 오줌이 마려워져, 화장실로 향했다.

<br />

 

<br />

<br />

화장실은 복도 끝을 오른쪽으로 돌면 있었다.

<br />

메이지 초기에 지어진 꽤 낡은 집이었기에 복도는 가늘고 어두웠다.

<br />

마루는 황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br />

 

<br />

<br />

볼일을 마치고 또 복도 끄트머리까지 오니,

<br />

정면에 좁고 어두운 계단이 있었다.

<br />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었다.

<br />

 

<br />

<br />

계단이 갑작스레 튀어나왔을 뿐더러, 전등도 있는지 없는지,

<br />

올려다 본 위쪽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가 않았다.

<br />

 

<br />

<br />

그런데 그 계단 중간보다 조금 위에 토시코가 서 있었다.

<br />

사람들이 몰렸을 때 보여주던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나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br />

 

<br />

<br />

무섭지는 않았다.

<br />

하지만 나는 그제껏 3층에 발을 디딘 적이 한번도 없었다.

<br />

무언가 올라가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가 예전부터 감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br />

 

<br />

<br />

호기심이 동했기에,

<br />

나는 계단에 한쪽 발을 먼저 올렸다.

<br />

 

<br />

<br />

[아니된다! 가면 안돼!]

<br />

그때, 등 뒤에서 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br />

깜짝 놀라 돌아보니, 거기에는 증조외할머니가 서 계셨다.

<br />

 

<br />

<br />

무척 장수하신 분이라, 99살 되시던 해까지 사셨다.

<br />

그때는 아마 80살 정도 되셨을 것이다.

<br />

 

<br />

<br />

남편을 일찍 잃고도 여자 혼자 가게를 크게 키운,

<br />

다부지면서도 대하기 어려운 분이셨다.

<br />

 

<br />

<br />

그 증외조모가 나를 향해

<br />

[어서 이리로 오련.] 하면서 손짓하고 계셨다.

<br />

 

<br />

<br />

다시 계단을 올려보자, 과연 증조외할머니는 무서웠는지,

<br />

토시코는 등을 돌리고 천천히 계단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br />

이윽고 그 모습은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br />

 

<br />

<br />

증조외할머니는 내 옆, 계단 아래까지 오시더니,

<br />

잔뜩 찌푸린 얼굴로 위를 바라보셨다.

<br />

 

<br />

<br />

[그렇게 잘해줬건만.. 못된 장난 따위는 하지 말아라.]

<br />

나중에 숙모에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br />

외갓집에서 살던 이종사촌 셋도 다 같은 체험을 했다고 한다.

<br />

 

<br />

<br />

이상하게도 토시코는 어른이 있으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br />

그 3층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직도 나는 모른다.

<br />

 

<br />

<br />

집은 어느새인가 재건축되어,

<br />

콘크리트로 된 2세대 주택으로 다시 세워졌다.

<br />

 

<br />

<br />

지금은 증조외할머니도, 숙모들도 다 저세상으로 건너가셨고.

<br />

봄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조금 애매해지곤 한다.

<br />

 

<br />

<br />

그런 일을 생각하다보면,

<br />

또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게되는 요즘 세상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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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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