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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뭉개뭉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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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신무창전 - 5. 전투, 한걸음 앞으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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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환의 눈이 살며시 떠졌을 때 조그만 두 개의 형체가 눈에 들어왔고, 적환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 네 개의 귀여운 손이 자신의 다리를 잡아당기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귀여운 표정의 그 아이들. 그 얼굴을 보며 적환은 자신이 누구를 보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것은 쌍둥이였던 자신과 반유의 어린 시절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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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아이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번뜩이는 칼날, 머리가 가로로 쪼개지는 아버지, 남자들에게 윤간당하는 어머니. 그 모든 영상들이 먹구름처럼 두 아이의 등에서 피어났다. 적환은 겁에 질려 고개를 저었다. 아이들의 표정은 이미 웃고 있지 않았다. 적환을 붙잡은 아이들의 손이 곧 피로 물들었다. 적환은 실성한 듯이 그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아이들의 손은 굳세게 적환의 다리를 잡고 있었다. 이윽고 그 손은 더욱 커져 적환의 다리를 부러뜨릴 지경이 되었다. 먹구름은 점점 더 크게 덮어왔고, 마침내 적환의 온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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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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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마디 비명과 함께 적환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몸에 걸친 흰색의 적삼이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적환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약초의 냄새들과 몇 가지 서책들의 오래된 묵은 종이냄새가 코를 찔렀다. 자신이 독침에 찔렸다는 것이 그제서야 생각이 났고, 자신이 겨우 해독이 된 상태라는 것을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긴장이 풀어지자 현기증이 몰려옴을 느끼면서 적환은 다시 자리에 누웠다.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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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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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였다. 걱정스런 눈빛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적환은 더욱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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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종류가 뭔지 몰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여기 약초들이 중독된 독에 잘 들어 일단 고비는 넘겼다 합니다. 허나 아직은 기력이 쇠한 편이니 편히 쉬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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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가 말을 했지만 적환은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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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의단 무리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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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갔습니다만, 아직은 여기 분들도 긴장을 풀고 계시진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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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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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환은 눈을 감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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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폐만 끼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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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저도 마찬가지였죠. 심려치 마시고 몸조리에 신경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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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는 적환에게 이런 말을 해놓고도 자신이 이런 말을 할 심경이 아니라는 것을 떠올렸다. 더군다나 자신은 반유와 적환을 구분하지 못해 그를 적으로 매도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나 적환의 모습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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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적환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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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자식. 못난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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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을 떠올렸을 때의 그 힘든 마음이 갑자기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적환의 힘으로는 이제 막을 수가 없다. 어떻게든 마음을 되돌릴 수도, 지금까지 동생이 저지른 수많은 악행과 사도의 길을 지울 수도 없었다. 이제 하나 밖에 남지 않은 혈육이 자신을 적대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큰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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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는 적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또한 눈물이 맺혔다. 마음의 무거움은 적환이나 사미나 마찬가지였고, 그런 고통을 진 사람들만 알 수 있는 무언의 공감이 사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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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는 살며시 손을 뻗어 적환의 그런 눈물을 소매 끝으로 닦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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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거운 사람은 또 하나 있었다. 시운은 푸름 가문의 수련장에 있는 연못 한 가운데, 그 물 밑바닥 깊이 잠겨 있는 널찍한 바위에서 좌정하고 있었다. 바지 하나만 입은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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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숨고르기가 이 어두운 감정을 몰아내리라 생각해서 하고 있는 일이었다. 자신의 분노와 그 분노가 이제까지 누굴 해한 적은 없었다. 자신은 나름대로 길을 잘 챙기며 걸어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싸움에서 자신의 미숙함으로 자신과 타인, 적환까지 위험에 몰아넣었다. 이건 어떻게 해도 자신 스스로가 용납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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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계속 자신에게 끓어오르는 분노를 향하고 있어도 뒤집혀진 마음속은 해결되지 않았다. 힘은 전부가 아니었다. 그렇게 수련을 했음에도, 그렇게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견뎌 이젠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자신은 늘 모자랐다고 생각하니 더욱 치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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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운의 머리가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머리가 복잡하고 감정이 들끓을수록 숨고르기가 더 힘들어졌다. 어느새 그 연못 가장자리에서 창해와 진수가 시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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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깨닫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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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운은 창해가 자애롭게 내려다보고 있는 눈길을 고개를 숙여 피했다. 그리고는 창해가 있는 가장자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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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애비가 늘 했던 이야기, 감정의 들끓음을 피하라는 이야기. 자신을 항상 바라보며 모자람을 깨달으라는 이야기. 허투루 한 게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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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해는 연못에서 나오는 시운의 등 뒤에서 나직이 말했다. 진수가 건네주는 수건을 받아들고 시운은 물기를 닦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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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할아버지, 잘 모르겠어요......어떻게 해야 이 어두운 감정이 사라질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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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는 아직 힘든 일이지. 마음을 다스리는 법도 익혀야 할 시간이 되었건만, 이제 시간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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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해는 혀를 쯧쯧 차며 말하다가 갑자기 시운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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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도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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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해의 얼굴이 다시 장난기로 실룩실룩 움직였다. 왜 그러는가 싶어 시운은 창해를 바라보다가 곁에 있는 진수의 상태를 눈치 챘다. 진수는 얼굴을 벌겋게 한 채로 고개를 한 쪽으로 돌리고 시운이 건네줄 수건을 받으려 하고 있었다. 시운이 이상하다는 듯 일단 수건을 건네주자 진수는 등을 돌리고 벌써 저만치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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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좀 똑바로 입지 그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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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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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 쟤. 계집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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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운은 잠깐 어리둥절했다. 진수가 여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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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순간 시운의 얼굴은 곧 폭발할 것 같은 기세의 화산처럼 시뻘겋게 물들었다. 바지라고 해봐야 적삼 같은 흰 천 홑겹. 그것도 물에 젖어버렸으니 딱 달라붙어서 아주 민망하게 되어버린 꼬라지를 진수 앞에서 그대로 내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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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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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운은 뒤늦게 몸을 가리는 행동을 취하면서 할아버지에게 소릴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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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악! 으어어어! 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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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해 이놈아. 짐승처럼 그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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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어어어어어떻게 된 거에요! 진수가 여자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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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싸울아비로 받아들였을 당시 저 아인 남자아이처럼 길러지고 있었단다. 우리 싸울아비야 원래 남녀의 차를 두지 않지만 그래도 계집아이이니 불편한 것들이 있을 듯도 해서 괜찮으냐고 물었을 때 스스로 남자처럼 대해 달라고 하기도 했고. 아, 그 땐 네가 중국에 수련차 떠나 있었을 때니 잘 몰랐겠구나. 그 뒤로도 네가 학교에 다시 가고 하는 바람에 미처 설명도 제대로 못하고. 크크크크크크크크크~그래도 이것들이 과년했다고 벗은 몸에는 낮가림을 하는 구나 끅끅끅끅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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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해의 장난기 대폭발 웃음에 시운은 넋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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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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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젠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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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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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 네 어두운 감정이란 게 어떻게 되었느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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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운은 넋을 다시 찾아놓고 자신이 느낀 감정들을 생각해보았다. 당장 알-몸이 들킨 것이 화급하여 그 때까지 삭히지 못하고 있던 분이 싹 달아나 버린 것이었다. 시운이 머쓱한 표정으로 창해를 바라보자, 창해는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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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놈은 최소한 이런 일이라도 벌려놔야 기분전환이 될 것 같아서 그리한 것이다. 진수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나도 직접 사과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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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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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창피한 차림을 어떻게든 해결하고 그 다음 진수에게 바로 사과를 해야 할지 어떨지 복잡한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다가, 시운은 잊었던 것을 떠올리고는 안채로 들어가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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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그 놈, 태주도를 알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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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해의 낯빛이 일순 싹 굳었다. 창해는 시운에게로 화급하게 다가가서 다시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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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 태주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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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우리 비록에만 남아있을 그 태주도를 그놈들이 알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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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말해 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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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운은 그 때 나눴던 모든 대화를 창해에게 소상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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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이거 생각보다 일이 더 커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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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태주도는 이미 흑검과의 싸움에서 사라졌잖아요. 그런데 그걸 왜 그 놈들이 찾으려고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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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 가지 생각밖에는 해볼 수 없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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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시운은 반유와 나눴던 대화에서 한 가지를 떠올렸다. 반유는 암한절명쾌검 정도로 막을 수 있는 검이라면 실망이라고 했었다. 그 이유는 태주도가 더 강한 검이어야만 한다는 것이었고, 태주도의 강함을 쓴다는 것은 결국 단군시대 이래로부터 한울님의 분부를 따르는 푸름 가문과 바름 가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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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들이 태주도를 입 밖에 낼 정도로 알고 있다면 이런 점들도 분명히 새나간 정보들에 포함되어 있었을 터. 그럼에도 놈들은 태주도를 찾고 있다. 태주도가 그 집단에 위협거리가 된다는 건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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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은 흑검을 다시 부활시키려고 하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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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해가 곰곰이 생각하는 시운에게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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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국은 더 위험하게 되었다. 놈들이 어디까지 도달했는지도 모를 일이지. 바름 가문을 빨리 만나봐야 겠다. 태주도를 우리가 먼저 찾고 그들과의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와 바름 가문의 화해가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적환과 사미, 그리고 다른 싸울아비들도 불러 모아라. 해야 할 일을 가르쳐 줄 것인 즉. 나는 먼저 대통령에게 전화를 좀 넣고 와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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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해는 그렇게 말하고서 발걸음을 급히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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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환과 사미, 싸울아비들은 모두 시운의 부름으로 회의실로 모였다. 창해는 이미 와서 대통령과의 통화를 끝낸 채 기다리고 있었다. 전에 없이 날카롭게 위엄의 날이 선 표정으로 창해는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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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푸름 가문의 본채는 잠시 폐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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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아비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비록 적들에게 많은 수를 당하기는 했으나, 아직 그들을 맞아서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많은 탓이었다. 창해는 그럼에도 아랑곳없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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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은 더 많은 수를 불려서 올 수도 있고, 현대무기를 이용해 이 곳을 쑥대밭을 만들 수도 있다. 건물쯤이야 다시 세우면 되지만, 사람들이 없어져 버린다면 한울님의 명을 받들어 단군을 수호하는 가문 중 하나인 푸름 가문 자체의 존재가 위험해지는 법. 싸울아비들은 그 뜻을 받들어, 푸름 가문의 위상을 간직한 채 모습을 잠시 속세에 피하고 있으라. 나와 시운, 그리고 진수까지. 우리를 공격한 자가 누구이고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어 분쇄하고 돌아올 때까지 은신하여 푸름 가문의 맥을 지켜라. 푸름 가문의 의창, 서관, 그 외 기타 가문만의 귀중한 것들은 평소 일렀던 규율에 따라 모처에 집적, 위장시키도록 한다. 자, 지금부터 시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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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뭐라 할 수 없었다. 가문의 장이 직접 나서 사태를 해결하고 오겠다는 것도 그렇고, 일단 귀중물들을 비밀 장소에 옮기라는 말 자체가 푸름 가문 내에서는 계엄령이나 마찬가지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싸울아비들은 복종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평소에 배분되어 있던 비상사태 시 행동요령에 따르기 위해 바삐 몸을 움직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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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해는 그렇게 싸울아비들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본 후, 적환과 사미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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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환과 사미, 자네들의 경우는 아직 해독과 함께 운공을 더 증진해야 할 필요가 있네. 그래서 자네들의 운신은 일단 개방에 요청하도록 하지. 그 때까지는 잠시 싸울아비들과 있도록 하게. 의창에서 필요한 약초들까지는 적환 자네의 몫으로 빼놓도록 조치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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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환이 그런 창해의 말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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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가 개방을 찾으려 했을 때는 고작 하급 수행원 한 명을 만났을 뿐이었습니다. 조직 자체가 가려져 있는데 저희가 어찌 찾아갈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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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개방, 아미는 우리 가문과 친하고 연락도 자주 해본 터이지. 허나이제 아미는 없어지다시피 하였고 소림은 외부에 공개되어 있는 부분들이 많고 위험하니 남은 것은 개방 뿐. 개방은 소림과도 친분이 있으니 한시바삐 개방으로 가서 이 서찰을 건네주게. 일단 이 서찰만 있으면 자네들의 신변과 모든 정보들도 소림으로까지 건너갈 게고, 자네들은 안전하게 보호받게 될 것이야. 그리고 찾아가는 거라면 걱정말게. 아마도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자네들을 데리러 올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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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해는 또 뭔가가 떠올랐는지 잠시 엷은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그 미소를 지우고는 시운과 진수에게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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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운과 진수는 빨리 전투장비와 창광검을 챙기고 나와 함께 떠나자꾸나. 성남공항 쪽으로 가야만 한다. 대통령께 비행기를 대기시켜놓도록 부탁했으니, 바름 가문 쪽으로 가는 데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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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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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운과 진수가 사라지고, 적환과 사미도 안정을 취하기 위해 의창으로 다시 향했다. 텅 빈 회의실에 창해만 남아 앉아 있었다. 창해는 두 손을 합장한 채로 이마에 기대어 고개를 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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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님이시여......이 늙은이의 목숨이 조금 더 힘이 될 수 있도록 보우해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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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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