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어 홈페이지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Untitled Document
 










작성자 프레들리
홈페이지 http://test.co.kr
제 목 단편 - 하늘을 보는 소녀

제가 고등학교 1학년때인가 ㅆㅓㅅ던 무지하게 유치한 단편소설... 근데 꽤 정이가서 수정않고 그대로 놔둔 소설입니다.

<br />

 

<br />

 

<br />

 

<br />

[하늘을 보는 소녀]

<br />

 

<br />

나 심현호는 이사를 가게 됐다  아버지는 회사에서 제법 중요한 일을 맡고 계신 프로그래머이다. 그런 아버지의 건강이 점점 악화되자 결국 회사에서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잠시 휴양을 보내준 것이다. ---휴양이랄 것도 없다. 그곳에서 자택 근무를 하게 될테니...--- 기간은 대략 1년. 길으면 2년. 나로선 싫어도 뭐라 말할 처지가 못된다. 그래서 군말 없이 차로 내리 밟아 대략 7시간 거리인 이름도 듣도 못한 시골 중 시골로 이사온 것이다.

<br />

 

<br />

  집은 제법 괜찮았다. 푸른 지붕에 2층 집. 나는 짐을 모두 풀고 뭐 좀 사먹을까 하고 집을 나섰다. 역시 공기 하난 정말 싱그로웠다. 내가 포장 안된 길을 따라 약 200미터 쯤 내려갔을 때야 겨우 조그마한 구멍가게가 하나 보였다. 여기까지 약국이 하나 집들이 한 15채쯤. 난 허름한 구멍가게의 미닫이 문을 열었다.

<br />

 

<br />

  내방보다 작은 가게엔 사람이 없다.

<br />

 

<br />

"계세요~"

<br />

 

<br />

  아무 대답이 없다. 누가 뭐라도 훔쳐가면 어쩌려구.. 나는 다시 가게를 나왔다. 그때 저 앞에서 한 할머니가 어정어정 걸어오신다.

<br />

 

<br />

"아이구, 학생. 뭐 사려구?"

<br />

 

<br />

그 할머니의 떨리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난 다시 가게로 들어가 먹을 걸 골라봤다. 그러나 거의 요즘건 없고 간신히 유통 기간이 덜 지난 과자 2봉지를 집었다. 그때 할머니가 말했다.

<br />

 

<br />

"얼만고"

<br />

 

<br />

  난 약간 황당했다. 자기 가게에서 파는 물건의 값을 모르다니.

<br />

 

<br />

"오백원인데요.."

<br />

 

<br />

  나는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건냈다. 그에 그 할머니는 백원짜리 동전 3개와 십원짜리 동전 20개를 내 손에 떨어뜨려줬다. 난 연이은 황당함을 표현 않고 가게를 나왔다. 과자를 먹으며 집으로 다시 걸어 올라가며 도시에서의 생활을 회상해봤다.

<br />

 

<br />

언제나 아침이면 시끌벅쩍한 큰 길가로 나가 등교 길에 올랐었다. 가는 도중 친구와 만나면 같이 얘기하면서 편의점에도 들르고, 밤이면 휘황찬란한 간판들과 여러 가수의 음악소리... 그리고 탁한 공기. 탁한 공기...

<br />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몸속이 모두 정화되는 듯이 상쾌하다. 그래 시골이 좋은 점도 있다 했다. 그때 길 옆의 개울 밑에서 한 여자애의 소리가 들렸다. 나는 목을 빼서 그쪽을 내려다 봤다. 역시 한 여자애가 나뭇가지를 들고 어쩔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본래 석격은 여자에게 말도 잘 못 꺼내는 성격이다. 하지만 워낙 인적이 없는 이 곳에서 사람을 만났다는 기쁨에 성큼 나는 그 여자애쪽으로 내려갔다.

<br />

 

<br />

"저... 도와드릴까요?"

<br />

 

<br />

  나의 이 말에 그녀는 흠칫 놀랐다.---정말 놀랐다.--- 그리고 나에게서 두어 발자국 물러섰다.

<br />

 

<br />

"아, 죄송해요. 놀래킬 생각은 아니었어요. 전 이 동네에 오늘 처음.."

<br />

 

<br />

  그녀는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돌아 뛰어갔다. 그 여자애의 긴 머리가 황홀하게 찰랑거렸다. 나는 이 곳에서 세번째 맞은 황당함에 넋을 잃었다. 그러다 문득 옆 개울물의 한 가운데 있는 바위에 둥근 테의 모자가 걸려 있음을 알았다.

<br />

 

<br />

"저걸 건지려 한 건가?"

<br />

 

<br />

  나는 길다란 나뭇가지를 꺾어서 그 모자를 단숨에 낚아챘다. 향기로운 샴푸향이 코를 울렸다. 가만 생각해 보니 그 여자애는 시골 아이 답지 않게 살결이 너무 하얗었다. 나는 그 모자를 돌리며 다시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나는 이 곳의 학교로 갔다. 걸어서 한 20분? 통학 거리는 그리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학교를 찾았을 때 나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내가 전에 다니던 학교의 삼분의 일 크기? 아니 이것도 후하게 준 거다. 도대체 전교생이 몇 명인지.

<br />

 

<br />

 나는 새 담임의 안내로 내가 적어도 1년은 다닐 반으로 들어갔다. 선생님이 교단에서 내 소개를 해 주실 동안 반 인원을 세어봤다. ...23명, 24명, 25명, 25명... 나는 마지막 숫자에서 말을 잇질 못했다. 맨 뒤 창가자리에 바로 어제의 그 소녀가 앉아 있는 것이다.

<br />

 

<br />

선생님의 헛기침에 정신을 차렸다.

<br />

 

<br />

"아! 저, 저는 전에 광영고등학교에 다니다 이곳으로 전학오게 된 심현호라고 합니다. 앞으로 1년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br />

 

<br />

  자기소개 중에도 난 그 소녀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애는 나에게 눈길 한 번 주지않고 계속 창밖에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br />

 

<br />

  담임의 조회가 끝나고 나는 반 아이들에게 둘러싸였다. 서울에서 왔다는데 대한 호기심인가? 아무튼 줄기찬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애는 아직도 창밖의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br />

 

<br />

"니 서울에서 왔다ㅋㅔㅆ제..."

<br />

 

<br />

  난 키가 적어도 180cm는 넘고 덩치가 좋으면서 거칠게 생긴 한 아이의 물음에 고개를 돌렸다.

<br />

 

<br />

"어? 어, 응 그래..."

<br />

 

<br />

  난 어정한 대답을 내뱉었다.

<br />

 

<br />

"으쩐지 얼굴이 하얗다 ㅋㅔㅆ다... 우리 반은 저 '혜현'이만 빼고 모두 검다 안카이.."

<br />

 

<br />

"혜...혜현?"

<br />

 

<br />

"그래 혜현이. 저 창가에 있는 아 말이다."

<br />

 

<br />

  그 애는 굵은 턱으로 창가 쪽을 가리켰다. 그 곳엔 창밖만 바라보는 그 소녀가 앉아있었다.

<br />

 

<br />

"쟤만 왜 얼굴이 하예? 나처럼 전학왔어?"

<br />

 

<br />

"그래, 한 일 년 됐다. 그런데... 몸이 약해서 요양차 온거란다. 그래서 만날 집에만 콱 쳐박히고 애들이랑 얘기도 안한다. 그리고 머리도 약간 비정상이다."

<br />

 

<br />

"비..정상?"

<br />

 

<br />

"그래. 뭐 이런말 하긴 뭐하지만... 내가 보기엔 정신병자 비슷하다."

<br />

 

<br />

"정...신..병자?"

<br />

 

<br />

  순간 내 마음의 어딘가가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렇게 예쁘고 갸날픈 애가...

<br />

 

<br />

"야! 그만하고 내 이름은 '만득'이라 칸다."

<br />

 

<br />

"만득이?"

<br />

 

<br />

  난 하마터면 실소를 할 뻔 했다. 예전에 있던 곳에서는 거의 하루에 하나씩 만득이 씨리즈를 듣곤 했었다.

<br />

 

<br />

"와 실실대나? 내 이름이 그렇게 우습나?"

<br />

 

<br />

"아, 아니야."

<br />

 

<br />

"봐라, 내 이름은 찬구라 칸다. 니 얼마 내년이나 내 후년쯤에 다시 간다며? 그동안 잘 지내보자"

<br />

 

<br />

  만득이 뒤로 키는 나랑 비슷한 170cm 정도에 평범하게 생긴 아이가 말을 건냈다. 이렇게 여러명과 통성명을 한 후 여러 물음들을 던져오다가 수업종에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br />

 

<br />

  모든 수업이 끝나고 종례마저 끝났을 때야 비로소 난 그 많은 질문---전에 다니던 학교 얘기를 비롯해서 혈액형까지---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내가 가방을 들고 일어설 즈음 만득이가 내게로 다가왔다.

<br />

 

<br />

"니 같이 갈 애 없으면 내랑 같이 가자"

<br />

 

<br />

  난 만득이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br />

 

<br />

"너 우리집이 어딘 줄 알아?"

<br />

 

<br />

"그럼. 우리 학교 통학권에서 그런 고급집은 딱 두 채밖에 없다. 하난 혜현이네고, 또 하난 느네 집이다."

<br />

 

<br />

"그래? 그럼 물어볼 것도 많고... 같이 가자"

<br />

 

<br />

  난 만득이의 뒤를 이어 교실을 나왔다.

<br />

 

<br />

"만득아, 너넨 문 안잠궈?"

<br />

 

<br />

  나의 어리숙한 질문에 만득이는 약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br />

 

<br />

"니 전에 다니던 학교는 문도 잠갔나? 우리는 훔쳐갈 것두 없다. 그리고 아직 혜현이가 남았다."

<br />

 

<br />

  나는 그 말에 창문을 통해 교실 안쪽을 들여다봤다. 정말 혜현이가 그대로 자리에 앉아있었다.

<br />

 

<br />

"쟈는 항상 애들 다 나가면 한참 뒤에 혼자 나간다."

<br />

 

<br />

"왜?"

<br />

 

<br />

"그걸 내가 어찌아나? 좀 모자른 애가 하는 짓을... 참 을글은 곱게 생기갔고... 퍼득 가자."

<br />

 

<br />

난 만득이의 보챔에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가면서도 고개는 자꾸 교실쪽으로 돌아갔다. 이윽고 학교 정문을 나오고 저녁놀에 모두 붉어진 채 논두렁을 걸어갔다.

<br />

 

<br />

"참.. 하늘 증말 뻘겋다... 혜현 그 가시나 또 소리지르겠다."

<br />

 

<br />

"응? 무슨 소리를?"

<br />

 

<br />

만득이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br />

 

<br />

"햐~.. 그 가시나는 지가 하늘의 분신인 줄 아는 갑다."

<br />

 

<br />

"분...신?"

<br />

 

<br />

난 이리둥절했다.

<br />

 

<br />

"그럼 비오면 울고, 번개치면 소리치고, 저녁놀이 져서 하늘이 새빨개지면 지 얼굴도 빠알개져서 마냥 뭔말인지 큰소리로 소리쳐댄다. 그러니 분신으로 생각하는 것 이외에 뭐가 더 있겠나? 후... 하지만..."

<br />

 

<br />

"하지만 뭐?"

<br />

 

<br />

  만득이는 빨갛게 물든 저녁 하늘을 올려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br />

"하늘이 아주 새파랗고 맑을 때에는 그 어느것보다 더 맑고 황홀한 아주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 모습은... 정말 이쁘다..."

<br />

 

<br />

  해는 어느덧 산 사이로 넘어가고 점차 어둑어둑해졌다. 만득이는 자꾸 짙어져가는 어둠속에서도 많은 말들을 했지만 내 귀엔 혜현에 대한 말뿐이 감돌았다.

<br />

도중 만득이와 헤어져 집에 도착한 나는 곧장 내 방으로 올라갔다. 가방을 내려놓고 책상에 앉아 바로 앞에 있는 창문을 열었다. 별이 하나 둘씩 하늘에 박히는 것을 보며 혜현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어느새 하늘은 별로 가득 차고 그녀의 강렬한 인상이 내 가슴속에 강하게 매듭지어 졌다.

<br />

 

<br />

조금 전에 떨어진 별똥별에 안타까워하며 나도 모른 새 그대로 잠이 들었다.

<br />

 

<br />

-------------------------

<br />

 

<br />

  어느덧 몇주가 평범하게 지나갔다. 나는 슬슬 이 학교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전설이라든지 선생님의 익살스런 별병등에 얽힌 사연들 같은 여러가지 흥미로운 사실들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혜현에 대해서만은 아직도 깜깜했다.

<br />

 

<br />

"야! 현호야. 너 한번도 시내에 안나가 봤제?"

<br />

 

<br />

  청소시간에 만득이가 대뜸 다가와 물었다.

<br />

 

<br />

"시내? 여기로 올 때 잠깐 봤는데 자세히는 몰라."

<br />

 

<br />

"그럼 됐다. 일요일에 시간 있나? 할일 없음 찬구랑 내랑 같이 시내에 가자."

<br />

 

<br />

"좀 멀지 않냐?"

<br />

 

<br />

"괘안타. 니 자전거 있제? 자전거면 20분 안걸린다."

<br />

 

<br />

"좋아. 그럼 일요일날 어디서 만날까?"

<br />

 

<br />

"어, 현호 너도 시내에 가게?"

<br />

 

<br />

  어느새 찬구가 대걸레를 들고 다가왔다.

<br />

 

<br />

"그럼 학교에서 아침 10시가지 만나자."

<br />

 

<br />

  우리는 서로를 한 번 보고 모두 찬성을 표했다. 그리고 다시 각각 청소에 임했다.

<br />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와서 나는 창고에 둔 자전거를 꺼냈다. 체인이 약간 녹슬었지만 그럭저럭 양호했다. 솔직히 이 자전거를 샀을 땐 좋아서 매일 탔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점점 갈수록 멀어져 이렇게 체인에 녹까지 쓴거다.

<br />

 

<br />

"흐음..."

<br />

 

<br />

  난 정성들여 자전거를 손질했다. 결국 몇 시간 후에 자전거는 제 빛을 찾아갔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나는 3만원의 돈을 가지고 페달을 밟았다. 학교에 도착한 건 10시 5분전. 이미 만득이와 찬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br />

 

<br />

"왔나? 야~ 니 자전거 좋다."

<br />

 

<br />

  찬구는 먼저 나의 자전거부터가 눈에 들어온 듯 열심히 훑어봤다. 그렇다고 찬구의 자전거가 나쁜 건 아니다. 기어가 18단 정도면 뭐. 만득이도 역시 그랬고.

<br />

 

<br />

"야, 어서 가자! 시내로!"

<br />

 

<br />

  우리는 각자 흙먼지를 날리며 출발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보이는 집들이나 소나 염소같은 동물들 풍경이 좋았다. 도심하곤 색다른. 만득이가 소리쳤다.

<br />

 

<br />

"저~기가 혜현, 그 가시나 집이다!"

<br />

 

<br />

  나는 얼른 만득이가 가리키는 집을 쳐다봤다. 산등성이 위쪽으로 무슨 호화 별장같았다. 계속 그 집을 쳐다보는 도중 찬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br />

 

<br />

"야! 조심해라!"

<br />

 

<br />

  찬구의 자전거와 나의 자전거는 심하게 부딪혔다. 찬구와 내가 쓰러지자 만득이가 다가왔다.

<br />

 

<br />

"야! 괜찮나!"

<br />

 

<br />

  나는 까진 팔꿈치를 들어 올렸다. 피가 벌써 팔뚝까지 번졌다. 불행중 다행히도 그 이외와 찬구는 다친 곳이 없는 것 같았다.

<br />

 

<br />

"야! 앞을 봐야지 어딜보나?"

<br />

 

<br />

  찬구는 벌떡 일어나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br />

 

<br />

"팔꿈치 내놔봐라."

<br />

 

<br />

  찬구와 만득이는 나의 팔꿈치를 한 번 힐끗 쳐다봤다.

<br />

 

<br />

"이거 아무래도 보건소에 가 봐야겠다."

<br />

 

<br />

"보...건소? 거기 멀어?"

<br />

 

<br />

"아니다. 시내 가는 쪽으로 여기서 자전거로 한 5분쯤이다. 퍼뜩 가자. 니 한 손으로 자전거 몰 수 있제?"

<br />

 

<br />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전거에 올랐다. 비포장 도로라 한 손 운전은 좀 힘들었지만 그럭저럭 할 만 했다. 대략 10분쯤 후에 작은 건물이 보였다. 나는 팔꿈치를 움켜잡고 자전거에서 내렸다. 벌써 남방의 오른쪽 팔꿈치 밑으로가 새빨갰다.

<br />

 

<br />

  통증에 얼굴을 찡그리고 보건소에 들어갔으나 나의 표정은 곧 얼빠진 표정으로 변하고 말았다. 바로 혜현과 그녀의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혜현은 창 밖으로 파란 하늘을 쳐다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그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도저히 정신병자로는 보이지 않는. 만득이의 말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br />

 

<br />

'하늘이 아주 새파랗고 맑을 때는 그 어느것보다도 더 맑고 황홀한 아주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 모습은... 정말 이쁘다."

<br />

 

<br />

  나는 의사가 혜현 어머니께 하는 말에 귀기울였다.

<br />

 

<br />

'몸이 많이 쇠약해졌습니다. 학교도 무리가 아닌 듯 싶습니다. 비록 학교를 좋아하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곤 하지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뭐 혜현 어머님이 결정하실 문제니까 더는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또 어제처럼 발작을 일으키면 그땐 정말 몸이 못 견딜겁니다. 생명이 위험할 수 도 있어요..."

<br />

 

<br />

  의사의 말에 혜현 어머니는 눈물을 보였다. 그 옆에서 창문 밖의 파란 하늘만 바라보며 아이마냥 천진한 미소만 짓고 있는 그녀가 너무도 불쌍했다.

<br />

 

<br />

  혜현 어머니가 혜현과 함께 나가는 걸 계속 지켜보던 도중 의사가 내게로 다가와 나의 팔을 소독하고 약을 바른 후 붕대를 감아줬다.

<br />

 

<br />

"학생은 처음 보네. 전학왔니?"

<br />

 

<br />

"예..."

<br />

 

<br />

  그 후 의사가 몇 마디의 질문을 더 던졌지만 나는 혜현의 생각에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아 무슨 질문을 했는지도 기억이 않났다. 그냥 건성으로 대답했다는 것 뿐. 치료가 다 끝났다.

<br />

 

<br />

"얼마예요?"

<br />

 

<br />

  나도 모르게 입이 떨어졌다.

<br />

 

<br />

"하하... 됐다, 이녀석아. 상처에다 물이나 대지 마라."

<br />

 

<br />

  의사 선생님은 내 팔을 한 번 툭 치고 일어섰다. 그리고 우리는 보건소를 나와서 뜻했던 시내 구경을 무난히 마쳤다.

<br />

 

<br />

  다음날 아침. 월요일이다. 가방에 우산을 들고 현관문을 열었다. 비가 솔솔 오는게 우산을 써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모르겠다. 결국 무공해 시골비란 생각에 우산을 가방에 쑤셔 넣고 학교로 향했다. 거의 모든 애들이 다 와 있었다. 그러나 항상 제일 먼저 오던 혜현만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br />

 

<br />

  곧 1교시가 시작됐다. 1교시는 음악시간이라 3층의 음악실로 이동을 해야 했다. ---이 작은 학교에 음악실까지 있는 걸 보고 사실 약간 의아했었다.--- 나는 창가에 앉아 잠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때 조그마한 운동장 한 가운데서 비를 맞으며 서 있는 한 소녀가 내 눈에 들어왔다. 초첨을 모았다. 혜현이다.

<br />

 

<br />

"아!"

<br />

 

<br />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탄성이 반 아이들의 주목을 끌었다.

<br />

 

<br />

"선생님! 혜현이가 저 밖에 있는데요."

<br />

 

<br />

  아이들은 저마다 일어서서 운동장으로 눈을 모았다.

<br />

 

<br />

"제가 데려오겠습니다!"

<br />

 

<br />

  언뜻 말이 튀어나왔다. 이상했다. 난 분명히 튀는 타입은 아닌데...

<br />

 

<br />

"심현호! 빨리 양호실로 데려가!"

<br />

 

<br />

  선생님의 말에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곧 혜현이의 팔을 잡았다.

<br />

 

<br />

"혜현아, 내가 양호실로..."

<br />

 

<br />

 순간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울고 있었다. 웃을 때의 눈부심은 모두 어디로 가고 지금은 가련함과 연약함만을 몸에 담고 있었다. 그녀가 몸을 떨었다.

<br />

 

<br />

"빨리 가자!"

<br />

 

<br />

  난 혜현의 팔을 당겼다. 그러나 그녀는 한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br />

 

<br />

"가자니까! 이렇게 있으면 병걸려!"

<br />

 

<br />

"..."

<br />

 

<br />

  혜현이는 계속 눈물만 흘린다. 흐느끼지도 않고 눈물만...

<br />

 

<br />

"치잇!!"

<br />

 

<br />

  나는 그녀를 번쩍 안았다. 그녀는 그제야 약간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난 곧장 양호실로 뛰었다. 어느새 비가 굵어졌다. 내 온몸은 흠뻑 젖었다. 곧 양호실 침대에 그녀는 눕고 일은 마무리됐다. 그리고 나는 혜현을 짝사랑하는 아이라는 희한한 루머속에 휘말렸다.

<br />

 

<br />

"야! 혜현을 짝사랑하는 소년!"

<br />

 

<br />

  만득이다. 걔는 아예 이걸로 내 이름을 대체해 버린듯하다.

<br />

 

<br />

"야! 난 혜현이한테 아무 감정도 없!..."

<br />

 

<br />

  순간 내 말이 끊겼다. 이상하다.

<br />

 

<br />

"...없...어."

<br />

 

<br />

  난 급히 교실을 나왔다. 뒤에서 약간의 수군거림이 들렸다. 하지만 이것도 혜현이 다시 학교 나옴으로써 점점 사라져 갔다.

<br />

 

<br />

  이 일 이후로 그렇게 별 큰 일 없이 몇 달이 지나갔다. 난 혜현에 대해 보다 많은 걸 알게 됐다. 특히 혜현이 자주 가는 장소. 바로 학교 뒷산이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산책로같이 되있어서 중간쯤에 난간이 있는 약수터가 있다. 그곳에 서면 동네 전체서부터 하늘 전체가 다 보이는 아주 멋진 곳이다. 혜현이 제일 좋아할 만하다. 그러나 폐약수터가 된지 꽤 된지라 사람의 인적은 거의 없다. 게다가 나무나 수풀들이 빽빽이 우거져 찾기도 힘들다. 그때문인지 혜현이 여기 오는 것도 거의 대부분이 모르고 있다. 나도 우연히였다.

<br />

 

<br />

  여름방학식이 얼마 안 남은 어느날이다. 학교에서 와보니 엄마께서 짐을 꾸리고 계셨다.

<br />

 

<br />

"아, 현호야. 마침 잘됐다. 엄마좀 도와주렴."

<br />

 

<br />

"뭐예요?"

<br />

 

<br />

"뭐라니, 보면 모르니?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거야."

<br />

 

<br />

"예?"

<br />

 

<br />

"왜 그렇게 놀라니? 아빠 건강이 아주 좋아졌어. 이제 아무 이상 없으시데. 그래서 다시 원래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아... 이집은 너무 크고 낡아서 엄마가 여간 힘이 들었던 게 아니었다. 물건 사기도 힘들고."

<br />

 

<br />

  처음 여기 왔을 땐 정말 이런데서 어떻게 사나 했는데 막상 떠나게 되니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br />

 

<br />

"어...언제 올라가는데요?"

<br />

 

<br />

"음... 다음달... 그러니까 7월 20날이다."

<br />

 

<br />

"더...있다 가면 안돼요?"

<br />

 

<br />

"아니, 얘가 왠일이야? 아, 여보 글쎄 더있다 가제요?"

<br />

 

<br />

  어느세 아빠가 들어오셨다.

<br />

 

<br />

"웬일이냐? 처음엔 제일 미덥게 여겼던 네놈이?..."

<br />

 

<br />

"그리고 현호 너 서울가서 방학동안 학원에서 쳐진 공부 잡아놓고 2학기 전학 준비해야지."

<br />

 

<br />

  진짜 날벼락이다. 난 터벅터벅 내 방으로 올라갔다. 너무 우울했다. 책상서랍을 열었다. 그 속엔 즉석카메라로 찍은 혜현의 사진이 있었다. 그녀가 미소지을때의 모습. 겨우 마음이 편안했졌다.

<br />

 

<br />

-------------

<br />

 

<br />

  7월 10일날 방학식을 했다. 담임은 얘들에게 내가 떠나는 것을 말했고, 친했던 몇몇의 얘들은 각자의 물건 중 하나씩을 이별 선물이라고 건네줬다. 슬퍼졌다.

<br />

 

<br />

  결국 기쁘지 못한 방학식을 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벌써 일부 필수품을 제외한 모든 짐을 다 싸놨다.

<br />

  그 후 이삼사일은 만득이와 찬구와 보냈다. 그들에게서 많은 걸 배우고---대부분이 그냥 뛰노는 것이었지만...---7월 15일날도 어김없이 강에서 만득, 찬구와 낚시와 수영을 하다 지쳐 집으로 와 몸을 쉬며 tv를 켰다. 때마침 나온 일기예보에 전국이 호우주의보라고 요란하게 보도되고 있었다.

<br />

 

<br />

  다음날 아침, 창문밖의 날씨는 우중충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다. 왠지 더 더운 것 같기도 했다.

<br />

 

<br />

"치... 하나도 안 맞아. 물한방울 안 보이는 구만... 으휴 더워..."

<br />

 

<br />

  그 때 밖에 혜현의 모습이 보였다. 학교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br />

 

<br />

"또 그 폐약수터에 가나? 길도 험한데..."

<br />

 

<br />

  난 그때까지 아무 생각없이 선풍기를 쐬며 만화책의 장을 넘겼다. 그러다 문득 잠이 들었다. 어둑어둑할 때 요란한 전화벨이 나를 깨웠다.

<br />

 

<br />

"아... 여보세요..."

<br />

 

<br />

  잠이 덜깼다. 그러나 전화기 저편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br />

 

<br />

-나 혜현이 엄만데, 혹시 혜현이 못 봤니?-

<br />

 

<br />

"아, 안녕하세요. 혜현이라면 아까 낮에..."

<br />

 

<br />

  옆방에서 엄마가 나왔다.

<br />

 

<br />

"아까 낮이라니. 지금이 낮인데."

<br />

 

<br />

"예?"

<br />

 

<br />

  나는 시계를 쳐다봤다. 정말 1시 10분 정도밖에 안됐다. 순간 귀를 찢는 벼락소리가 들려왔다. 난 얼굴이 사색이 되어 창문을 열어제꼈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굉장한 강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br />

 

<br />

'쿠와~~왕!!!!"

<br />

 

<br />

  엄청난 빛줄기가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전화기 저편에서 절규가 들려왔다.

<br />

 

<br />

-현호야!!! 혜현이... 우리 혜현이 못봤어?!!-

<br />

 

<br />

"아까 학교쪽으로 가던데요!!"

<br />

 

<br />

-학교엔 없었어!! 딴 애한테도 물어보게 끊자!- 딸깍. 뚜우뚜우...

<br />

 

<br />

  혜현이 어머니의 울음썩인 목소리가 귀에서 맴돌았다. 순간 폐약수터가 생각났다.

<br />

 

<br />

"엄마! 저 잠깐 나갔다 올께요!!"

<br />

 

<br />

"예! 우산!"

<br />

 

<br />

  나는 그냥 운동화를 집어신고 우산도 없이 자전거를 꺼냈다. 그리고 전력으로 학교로 향했다.

<br />

 

<br />

"제발!!!"

<br />

 

<br />

  나는 혜현에게 아무일 없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엄청난 폭우에 시야가 가려졌다. 게다가 비포장된 길의 진흙탕에 자전거가 제대로 나가질 않았다.

<br />

 

<br />

"제길!!"

<br />

 

<br />

  난 자전거를 버리고 전력을 다해 뛰었다. 가다가 수 번 넘어졌지만 문제가 아니었다. 하늘은 천둥소리에 요란했다. 이윽고 폐약수터에 도착한 나는 목청껏 혜현을 불렀다.

<br />

 

<br />

"혜현아!!! 어딨어!!! 혜현아!!!"

<br />

 

<br />

  폭우와 천둥소리 때문에 나에게조차 잘 들리지 않았다. 나는 *사람마냥 여기저기 나뭇가지를 뿌리치며 좀 더 깊숙이 들어갔다. 팔은 엄청난 상처를 가져갔다.

<br />

 

<br />

"혜현아!! 들리면 말을 해!! 어딨어!!"

<br />

 

<br />

  목이 점점 쉬어갔다. 폭우는 더해지고 눈이 점점 가물가물해졌다. 순간 무슨 소리가 들렸다.

<br />

 

<br />

'.... 아... 아...'

<br />

 

<br />

  너무도 미세했다. 하지만 혜현이란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br />

 

<br />

"어디야!!!"

<br />

 

<br />

'꺄...아...'

<br />

 

<br />

  소리는 들리는데 폭우때문에 방향을 알 길이 없었다. 눈시울이 점점 뜨거워졌다. 무작정 수풀이 무성한 곳으로 뛰어들었다.

<br />

 

<br />

'아... 아아아'

<br />

 

<br />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나는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온몸에 퍼져흘렀다.

<br />

 

<br />

"기다려!! 내가 가! 혜현아!!!! 조금만 참아!!"

<br />

 

<br />

  그러나 수풀로 깊숙이 들어가면 갈수록 더 어두워져만 갔다. 폭우와 함께 엄청나게 시야가 가려졌다.

<br />

 

<br />

"까아아아아!"

<br />

 

<br />

  이번엔 정말 크게 들렸다. 바로 앞에 있는 나뭇가지들을 한꺼번에 치워버렸다. 팔에 긴 상처가 생겼다. 그러나 통증도 잊은 채 나는 앞만을 바라보았다. 바로 가냘픈... 아주 가녀린 혜현이가 고목을 꽉 붙들고 떨고 있었다. 또 한 번 천둥이 천둥이 치자 혜현이는 갸날픈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쉰소리밖에 내질 못했다.

<br />

 

<br />

  난 달려가 혜현을 안았다.

<br />

 

<br />

"내가왔어! 걱정하지마, 안심해!!"

<br />

 

<br />

  혜현을 안자 그녀가 얼마나 떨고 있는지 느낄 수 가 있었다. 난 그녀를 안고 뛰기 시작했다. 혜현은 계속 비명을 질렀다. 난 계속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br />

 

<br />

  난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그녀를 안고 전력으로 10분은 족히 뛰어갔다. 혜현을 볼때마다 그녀가 죽을까봐 겁이 나서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빗물이 코와 입으로 들어가 숨이 막혀 죽을듯이 괴로웠다. 폭우 사이로 희미하게 보건소가 보였다. 난 안심은 커녕 더욱 더 힘을 내어 뛰었다. 곧 보건소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난 혜현이를 안은채로 그대로 주저앉았다.

<br />

 

<br />

"의사선생님!!! 의사선생님, 빨리요!!!"

<br />

 

<br />

  난 고래고래 있는 소릴 다 질렀다. 놀라 뛰어온 의사와 함께 혜현을 침대에 눕혔다. 혜현은 여전히 침대가 떨릴 정도로 떨고 있었다. 부릅뜬 눈이 날 더 불안하게 했다. 의사는 간호원에게 무슨 말을 하고 주사기에 약을 넣었다. 아마도 진정제일 것이다. 나는 혜현의 손을 꼭 잡았다. 곧 어렵게 놓은 진정제가 효과가 있었는지 혜현은 차츰 기운을 잃어갔다. 나는 마치 죽어가는 모습같아 혜현의 손을 꼭 쥐었다. 의사와 간호사는 일단 안심하고 전화기 쪽으로 걸어갔다.

<br />

 

<br />

  그녀는 천천히 내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힘없이 무슨 말을 반복했다. 목소리는 내지 못했다. 나는 그녀의 입술을 읽기 시작했다. 그녀의 미세하고 갸날픈 목소리가 들려왔다.

<br />

 

<br />

"혀...언...호..."

<br />

 

<br />

  난 놀랐다. 그녀의 처음 듣는 말소리. 그리고 그녀는 또 다른 말을 했다. 역시 목소리는 가늘었다. 다시 한 번 입술을 읽었다.

<br />

 

<br />

"....."

<br />

 

<br />

  그말에 잠시 놀랐지만 내 얼굴엔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다시 또 한 번 요란한 천둥이 쳤는데 그녀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는 것과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는 것. 그리고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br />

 

<br />

  다음 날 난 두 팔과 얼굴을 붕대와 반찬고로 장식을 해야만 했다. 혜현이 어머니께서 오셔서 나에게 몇번이나 감사의 말을 하고 겨우 가셨다. 그리고 혜현은 평소대로 돌아왔다. 정상이 아닌... 그점에서 난 무척 서운했다.

<br />

 

<br />

  마침내 떠나는 날. 이미 짐은 이삿짐 센터를 통해 올려보내고 나는 만득이와 찬구의 힘든 이별을 하고 아빠차에 올라탔다. 난 모자를 푹 눌렀다. 왠지 울 것만 같았다. 내 손에는 혜현을 처음 봤을 때 주운 그 둥근테의 모자가 쥐어있었다. 창밖으로 그동안 정든 학교가 보였다. 아빠의 배려로 이 곳을 지나서 가게 된 것이다. 하늘이 정말 파랬다. ...!

<br />

 

<br />

"잠깐만요!!!"

<br />

 

<br />

  나는 차에서 급히 내렸다. 뜨거운 공기와 매미소리가 피부에 와다았다.

<br />

 

<br />

"금방 올께요!"

<br />

 

<br />

  난 학교 뒤의 폐약수터로 뛰어갔다. 벌써 등이 땀에 다 졌었다. 도착했다.

<br />

 

<br />

"혜현아!"

<br />

 

<br />

  난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혜현이를 불렀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고개숙여 뒤돌았다. 그때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의 발목을 잡았다. 난 놀라 뒤돌았다. 혜현이가  수풀을 헤치고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곤 허름한 난간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며 깨끗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난 천천히 그녀에게 걸어갔다.

<br />

 

<br />

"자, 네 모자야. 돌려줄께."

<br />

 

<br />

  그녀는 계속 하늘만 보며 미소짓고 있는다. 매미소리가 정겹다.

<br />

 

<br />

"그럼 나 이거 갖는다."

<br />

 

<br />

"....."

<br />

 

<br />

  계속 미소뿐.

<br />

 

<br />

"음.. 그럼 나도 이거 너 줄께."

<br />

 

<br />

  난 내 머리에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그녀의 머리에 씌어줬다. 그녀는 잠시 놀라는가 했지만 계속 미소만 지을 뿐이다. 그러나 결코 답답하진 않았다. 미풍을 타고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br />

 

<br />

"가야..되겠다. 혹시... 그러니까 혹시말야.. 내 생각나면 만득이랑 찬구한테 내 주소랑 전화번호 있으니까 물어봐."

<br />

 

<br />

  난 뒤돌아섰다. 그러나 발이 쉽게 떼어지질 않았다. 뭔가 잊은듯한 아쉬움이... 난 마음속에서 올라오다 목구멍에서 자꾸 막혀버리는 말을 꺼내려 노력했다.

<br />

 

<br />

"혜..혜현아. 나.. 난... 널..."

<br />

 

<br />

  순간 미풍이 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주변의 푸른 나뭇잎들이 기분좋게 살랑인다. 이상하게 마음이 안정된다. 눈이부신 햇살에 비친 초록빛 매미소리...

<br />

 

<br />

"난 너를... 처음부터 좋아했어.. 말이 없어도 상관없어. 너의 병도 상관없어. 넌 나의 마음속에 하늘을 보는 소녀로 간직할거야.."

<br />

 

<br />

  나는 말을 마치자마자 뒤도 안돌아보고 내려갔다. 혜현은 계속 하늘만 보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br />

 

<br />

  난 그냥 차에 올랐다. 곧 학교는 뒤로 멀어져만 갔다. 모든 기억들은 추억으로 다시 새겨지고 있었다. 시골학교도, 정든 친구들도, 폐약수터도. 그리고 혜현이 마져도...

<br />

 

<br />

  혜현이의 둥근 테 모자에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br />

 

<br />

"현호야!! 학교가자!!"

<br />

 

<br />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났다. 아침부터 친구 진우가 보챈다. 곧 우리 둘은 큰 길가로 나와서 등교길에 올랐다. 도중에 편의점에 들러 과자 한 봉지를 샀다. 그 곳의 말쑥하게 생긴 점원은 그것을 스캐너로 찍어 영수증을 끊어줬다. 나오자마자 거대한 트럭이 귀가 울리게 경적을 울려된 후 지나갔다. 우리는 한참의 기침끝에 다시 끝없이 펼쳐진 짙은 회색 아스팔트의 등교길에 올랐다.

<br />

 

<br />

  얼마 후 야간 자율학습 후 11시쯤 집에 도착하자 전화벨이 울렸다.

<br />

 

<br />

"여보세요."

<br />

 

<br />

-저...-

<br />

 

<br />

  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선뜻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자인데...

<br />

 

<br />

-저.. 거기 현호네 집이죠..."

<br />

 

<br />

"네, 전데요.. 누구..."

<br />

 

<br />

-누구냐구요? 글쎄요... 훗, 서울병원에 있는 '하늘을 보는 소녀'입니다.-

<br />

 

<br />

  딸깍. 뚜우뚜우....

<br />

 

<br />

"뭐지? 피곤해 죽겠는데 장난전화나 하구 누구야?..."

<br />

 

<br />

  난 왠 이상한 전화다 생각하며 교복의 단추를 끌렀다. 그러다 문득 벽에 걸린 둥근 테의 모자에 눈이 고정됐다.

<br />

 

<br />

"아!... 설마..."

<br />

 

<br />

  내 입에서 신음하듯 말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리고 내 얼굴엔 차차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번져갔다.

<br />

 

<br />

"하하하!! 하늘을 보는 소녀! 하하하하!"

<br />

 

<br />

  그날 나는 웃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너무나 기쁘면 이렇게 눈물이 나는구나.

<br />

 

<br />

 

<br />

                                                                                                                                         - fin~ - 

<br />

 

<br />
가양 태영데시앙 플렉스가양 태영데시앙 플렉스가양역태영데시앙플렉스안산중앙역힐스테이트에코가양역태영데시앙플렉스가양역태영데시앙플렉스힐스테이트 에코 안산 중앙역중앙역 힐스테이트 에코미사 지식산업센터가양데시앙플렉스DIMC 테라타워가양역 태영 데시앙플렉스힐스테이트 에코 중앙역힐스테이트 에코 중앙역미사강변스카이폴리스힐스테이트 에코 안산힐스에비뉴 삼송역 스칸센태영 데시앙플렉스


-->

우주 SF 소설 [이클립스 커넥션] 3,4막
190820 프로미스나인 KCON 마치고 입국 직캠 4K fromis_9 Arrival fancam @ 인천공항 by Spinel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plasticworld


Untitled Docu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