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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음유시인
홈페이지 http://test.co.kr
제 목 떡실신 11

사마건, 이들도 부모가 있고, 아내가있고, 자식도 있고,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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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맹과의 전투가 막 끝나 열기가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전장에 널린 시체들을 바라보며 만향이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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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향의 건조한 목소리가 서글프다. 주군이 아닌 벗이 되어달라던 그의 부탁에 허락했건만 오히려 그 사실이 내맘을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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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게 한다. 차라리 주군이었다면 정을 주지는 않았을텐데. 온몸을 피로 물들인채 서글프게 웃는 만향과 먼지하나 묻어있지 않은 내 옷. 그 모습을 바라보기 힘들어 나는 애써 시선을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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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식들이 커서 복수하기 위해 또 다시 마천루에 오고, 나는 또 그들을 죽이고, 또 죽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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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난세에 어울리지 않는 녀석이다. 난세에 필요한건 철혈의 피를 가진 자이지 적을 죽이고 슬퍼하는 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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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렇겠지. 근데 칼밥먹는 무인들이라 자식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거야. 걱정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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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농을 지껄였지만 만향의 표정은 풀리지가 않는다. 마제가 죽어버린 이상 마천루는 만향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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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언이아니다. 4년째 계속되는 정무맹과의 싸움. 정무맹도 마천루도 많은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이미 끓어버린 강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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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쉽게 식지를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피를 원하는듯 싸움은 더욱더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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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은 더이상 꽃도 난도 만질 수 가 없어. 너무 붉게 물들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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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걱정하지마. 나도 붉게 물들었거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은건 다 내머리와 입에서 시작되었어. 네가 잘해야 몇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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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죽였다면, 나는 몇천명을 죽였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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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초를 꺼내 곰방대에 말아 넣고는 불을 붙였다. 매캐한 연기가 폐를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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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옛날처럼 꽃도 만지고 난도 만지고 그래도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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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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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향이 키득거리더니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나도 따라서 앉고 싶었지만 이번에 새로산 옷이 더럽혀질까봐 묵묵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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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전장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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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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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서있는게 편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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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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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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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 />

 

<b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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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긋이 올려다보는 만향의 눈빛에 잠시 주저하던 나는 눈물을 머금고 털썩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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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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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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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

"......"

<br />

 

<br />

"사실, 비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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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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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침묵이 지속되었다. 침묵을 깨고 말문을 연건 만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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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쟁 언제쯤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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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정무맹이나 마천루 둘중에 하나가 사라진다면 끝이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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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허공에 연기를 내뿜으며 쓰게 말했다. 예전에 노예병으로 있을때 그렇게 피고 싶었던 연초지만 지금은 단지 쓰게 느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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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이었다. 마치 부모님의 원수를 갚겠다던 내 살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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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말이야, 정무맹과 마천루가 화해를 한다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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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은 버려. 이미 너무 많은 피를 흘렸어. 마천루와 정무맹의 지금까지 흘렸던 피가 용납하지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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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겠지? 나. 너무, 너무 힘들때면 아버지의 죽음과 마천루 사람들의 비명과 지하를 떠올려. 그것들이 나를 지탱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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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야. 우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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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향의 말에 나는 눈을 감고 지난 날을 회상해본다. 어린시절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찰나적인, 하지만 다른 것과 바꿀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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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시간을 마음속에 그려본다. 어머니와 아버지, 동생들. 몇년전까지만해도 뚜렷하게 명암이 구분되었던 얼굴들이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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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해져버렸다. 잊혀지지 않는건 그들을 잃었을때의 절망과 분노. 절망과 희망의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을 타며 걷는 우리들을 지탱해주는 것이 긍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론 생각하면 미쳐버릴듯한, 잊고 싶은 기억들이 우리를 절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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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지 않게 잡아주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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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두워졌어. 지하가 많이 기다리겠다.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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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향을 잡아 일으키고는 전장을 지나 마천루로 향했다. 전장에선 마천루의 무인들이 아직 살아있는지 꿈틀되는 정무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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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무인들을 하나하나 칼을 꽂아 죽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걷는 만향을 보고는 후우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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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숨을 내쉬었다. 아마 울고 있는 모습을 수하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거겠지. 지금 만향의 모습은 이율배반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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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생각과 함께 이런 난세에 적을 죽이고 눈물 짓는 녀석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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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 이곳은 전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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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라보는 만향의 눈에는 여러감정이 섞여 배여 있다. 나는 만향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거뒀다. 그리고는 마천루의 무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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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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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신속히 끝내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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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들은 무심한 눈빛으로 칼을 꽂아 넣고 있었다. 그런 무사들을 바라보며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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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란건 참 편하군 사람들의 죄책감또한 감싸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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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실신 10
연재 노르웨이숲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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